
일본은 한국 브랜드가 해외 진출 1순위로 꼽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 상표를 출원하면 “이미 비슷한 상표가 등록되어 있다”는 이유로 거절 통지를 받는 경우가 유독 많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언어·상품군이 겹치다 보니, 우리 브랜드와 유사한 선등록 상표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일본에서 이 ‘선등록의 벽’을 넘기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까다로웠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2024년 4월,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바로 ‘컨센트(동의서) 제도’입니다. 오늘은 일본 상표 등록에서 선등록 유사상표를 만났을 때 새로 열린 이 길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일본 상표 제도는 실제 사용 여부보다 ‘먼저 출원·등록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등록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먼저 등록된 유사 상표가 있으면, 일본 상표법 제4조 제1항 제11호에 따라 거절 이유 통지를 받게 됩니다.
그동안 이 거절을 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두 상표가 서로 다르다는 ‘비유사 주장’입니다. 하지만 심사관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고, 조금이라도 닮아 있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선등록 상표가 실제로 쓰이지 않을 때 이를 없애는 ‘불사용취소심판’입니다. 확실한 방법이지만 상대가 상표를 사용하고 있으면 쓸 수 없고,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셋째는 선등록 상표를 잠시 넘겨받았다가 되돌려주는 ‘어사인백(assign-back)’인데, 절차가 복잡하고 상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장 답답했던 점은, 선등록권자가 “우리는 당신 상표가 등록돼도 괜찮다”며 동의해 주더라도 일본에서는 그 동의서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사자끼리 합의를 봐도 제도가 받아주지 않으니, 멀쩡한 브랜드가 일본 문턱에서 발이 묶이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2023년 상표법을 개정해 2024년 4월 1일부터 ‘컨센트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선등록권자의 동의를 받으면 유사한 상표라도 함께 등록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동의서 한 장만 낸다고 무조건 등록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컨센트 제도는 두 가지 요건을 요구합니다. 첫째, 선등록 상표권자의 서면 동의입니다. 둘째, 두 상표가 시장에서 함께 쓰여도 출처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이 두 번째 요건 때문에 일본의 제도를 ‘유보형(안전장치형)’ 컨센트라고 부릅니다. 동의서가 있어도 심사관이 “이건 소비자가 혼동하겠다”고 판단하면 여전히 거절될 수 있습니다. 동의서만 있으면 심사 없이 바로 등록해 주는 뉴질랜드식 ‘절대형’과는 다르며, 소비자 보호라는 상표법의 기본 취지를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등록 이후에도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일본 상표법 제24조의4는 나중에 실제로 혼동이 생기면 선등록권자가 ‘혼동을 막는 표시를 하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했고, 제52조의2는 공존 등록된 상표가 부정한 방식으로 사용되어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했습니다. 즉 “동의해 줬으니 끝”이 아니라, 서로의 권리를 계속 존중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컨센트 제도는 특히 이런 상황에서 강력합니다. 선등록권자와 원만하게 대화가 가능하거나, 두 상표가 비슷해 보여도 실제 취급 상품과 수요층이 뚜렷이 구분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문자를 쓰더라도 한쪽은 산업용 부품, 다른 쪽은 일반 소비재라면 혼동 우려가 낮아 동의와 함께 공존 등록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기존 방법과 비교하면 장점이 분명합니다. 비유사 주장은 심사관 설득에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고, 불사용취소심판은 상대가 상표를 사용하고 있으면 불가능합니다. 반면 컨센트는 상대의 동의만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고 확실하게 거절을 넘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동의를 받아내는 협상 자체가 관건이고, ‘혼동 우려가 없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일본 거절 이유 통지를 받았을 때 비유사 주장·불사용취소·컨센트 세 가지 카드를 놓고, 사안에 가장 맞는 전략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선등록권자와 접점이 있거나 관계를 틀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컨센트라는 새로운 길을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일본은 한국 브랜드에게 가깝고도 까다로운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컨센트 제도의 도입으로, 선등록의 벽 앞에서 포기하던 브랜드에게도 협상과 공존이라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우리 브랜드와 유사한 일본 선등록 상표 때문에 진출을 망설이고 계신다면, 이제는 그 벽을 넘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십시오. 마크와이드가 사안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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